2013 로마와 이탈리아 남부여행
[47편] 이탈리아에서 오페라를! - 나폴리 산 카를로 극장 (Teatro di San Carlo)



2014/12/26 - [여행기목차] - 2013 로마와 이탈리아 남부여행기


뜻밖에도 나폴리로 돌아오는 배 안에서 한국인 단체 관광객 일행을 만났습니다. 꽤 많이 오신듯 했습니다. 배 1층 선실 좌석에 앞뒤로 한국분들이 앉으셨거든요. 아무래도 사람이 많다 보니까 이야기 소리가 좀 컸는데요, 덕분에 남해의 어느 섬으로 가는 페리를 탄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반갑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그렇더군요. ^^


나폴리 항구에 도착해서 내리고는 곧바로 호텔로 향합니다. 산 카를로 극장에서 오페라를 보고 나면 시간이 많이 늦을 것 같아서 극장 근처에 있는 비지니스 호텔을 예약했거든요. 다행히 선착장에서도 걸어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호텔입니다. 호텔 로비에서 체크인을 하고 바로 숙소로 올라갔습니다. 매우 현대식 호텔이라 지금까지 이탈리아 여행 동안에 머물렀던 방 중 제일 깨끗했습니다. 잠자리 만큼은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온 것 같았어요.


호텔에서 쉴 여유도 없이 바로 옷을 갈아입고 극장으로 나왔습니다. 오페라 극장에 가서 표를 받아야 하는데, 표 받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오전에 카프리 구경을 하고 저녁에 나폴리에서 오페라를 보려고 하니 시간이 많이 빠듯하네요.


제가 예매했던 표는 인터넷으로 예매를 하고 매표소에서 표를 받아야 하는 것 이었습니다. 표를 받기 위해서 한국에서 예매 내역을 인쇄해서 들고 갔습니다. 매표소에 가니 이미 많은 분들으 모여서 줄 비슷하게 서 있더군요.


복장에 대해 정말 걱정했는데 기우였습니다. 과연 여기 사람들은 오페라를 올 때에 정장을 입고 올 것인가? 나는 정장을 입고 가야 하나? 나 혼자 정장을 입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이 있었는데, 극장 앞에 도착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습니다. 거의 모두들 정장을 입고 있었거든요. 남자들은 거의 검정 수트를 입고 있었고, 여자 분들도 대부분 정장 분위기의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관광객들로 보이는 분들도 많았는데, 그분들도 옷차림을 어느 정도 갖춰입고 있었습니다.


저는 고민 끝에 한국에서 곤색 여름 양복과 편한 구두를 가져갔었는데, 그렇게 입은 것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극장에 입장하는 사람들 사이에 튀지 않고 무난한 차림이었거든요. 극장 관람용 양복을 들고 다니느라 여행 기간 내내 짐이 많아서 좀 힘들었는데, 막상 극장에 와 보니 잘했단 생각이 듭니다.


만약 양복을 가져오기 힘들었다면 깨끗한 면바지와 자켓 그리고 편한 구두 정도 있으면 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어느 정도로 캐주얼한 옷차림이 무난할 것인가 고민이 된다면 그냥 집에서 잘 안 입는 정장 한벌 가져오는게 더 속편할 수도 있겠단 생각입니다.





E-PL3 | 29.0mm


저녁 먹을 시간이 없어 배고픔은 참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여행 마지막 날이라 엄청 피곤한데 긴 오페라를 보면 졸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커피 한잔을 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산 카를로 극장 앞에 스타벅스 같은 프렌차이즈 커피숍이 있었습니다. 에스프레소 (아마도 도피오?) 한 잔과 카랴멜 마키아또 한잔을 시켰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나면 좀 정신이 들겠지요.


이제와서 생각하건데 오페라 일정을 여행의 제일 마지막에 넣은 것은 좀 무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피곤하고 졸린데 저녁에 무언가 보는게 쉽지 않았거든요. 에스프레소와 좋았던 극장 분위기 덕분에 졸지는 않았지만, 좀 피곤한 건 사실이었습니다. 다음 여행 일정을 짤 때에는 공연 감상을 여행 초기 혹은 중간에 넣어야 겠다고 결심합니다.






E-PL3 | 14.0mm





E-PL3 | 14.0mm


드디어 극장 내부로 들어왔습니다. 입구를 지나자 장 로비가 나왔습니다. 화려한 샹들리에와 건물 양쪽으로 올라가는 둥근 계단등을 보고 나니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영화에서만 보던 그런 장면이었으니까요. 관객들 사이로 빨간 드레스를 입은 예쁜 아가씨들이 몇몇 보였습니다. 잘 보니까 좌석 안내를 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잘은 모르겠는데 눈치를 보아하니 정직원은 아닌 것 같았고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는 나폴리 학생들 같았습니다. 얼굴도 어려 보이고 좀 서툰 구석이 있더라구요. 다행히 다들 친절해서 금방 좌석이 있는 곳을 갈 수 있었습니다.


일단 좌석을 확인한 다음, 화장실에 다녀왔습니다. 건물이 낡았다 보니 화장실은 좀 좁고 구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어서 사용하는데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둥근 복도를 따라 걷다가 좌석 표시가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붉은색 커튼이 보입니다. 커튼을 열고 들어가면 영화에서 보던 그런 박스석이 나옵니다. 의자가 6개가 있어서 6명이 같이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앞에 세명 그리고 뒤에 세명이 앉도록 되어 있는 것 같고, 표를 팔 때도 앞 좌석인지 뒷 좌석인지 구분해서 팔고 있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좌석 2개를 예매했는데, 제가 예매한 박스석에는 여성 두 분만 더 들어 오더군요. 둘이 친구분으로 보였습니다. 덕분에 둘씩 붙어서 4명 모두 앞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원래 앞에 세명만 앉아야 하는데, 박스석 넓이에 좀 여유가 있어서 의자를 좀 움직이니 4명 모두 앞에 앉을 수 있었거든요.




E-PL3 | 14.0mm


오페라가 시작하기 전 주위를 둘러 보았습니다. 황금색과 붉은 색으로 장식된 실내가 참 화려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극장을 둘러싼 둥근 벽을 따라 박스석이 죽 들어서 있습니다. 총 6개 층으로 되어 있는데, 층이 낮고 가운데 있을 수록 좋은 자리 같았습니다. 제일 뒤편 중앙에는 왕관이 씌여 있는 자리가 있는데 아마도 왕과 왕의 가족들이 관람할 수 있는 로열 박스인 것 같습니다.


5층과 6층중 6층은 특히 싼 값에 입장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아마 거리가 멀고 자리가 좋지 않아 그런 것 같습니다.


박스석에 특이한 점이 있는데, 좌석마다 큰 거울이 붙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거울이 로열 박스를 향하고 있어서 왕의 좌석에서 보면 각 박스석마다 누가 있는지 알수 있도록 하는 것 같았어요.




E-PL3 | 14.0mm


1층 좌석입니다. 재일 비싼 곳인데 그만큼 현장감이 더 느껴져서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 극장에 올 일이 있으면 가운데 앞 자리를 선택해보고싶습니다. 관객들 대부분은 검은색 정정을 입고 들어왔습니다. 검은색이 아닌 경우에는 되도록 단정한 색으로 차려입었구요. 관광객들로 보이는 분들중 간혹 일상복으로 들어오신 분들도 있었는데, 나름 깔끔하게 입고들 오셨더군요. 하지만 직원이나 관객들이 복장을 가지고 지적하는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위 사진 중간에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자분들이 보이는데, 극장에서 좌석 등을 안내해 주는 분들입니다. 다들 예쁘고 친절해 보였습니다. 다만 얼굴이 좀 어려 보였는데, 이 근처에 사는 학생들 같았습니다.




E-PL3 | 14.0mm


좌석과 무대 사이에는 오케스트라 자리가 있습니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 연주자들이 하나 둘 들어와서 악기를 조율하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관객들이 점점 더 들어오고 이내 모든 자리가 가득 찼습니다.










E-PL3 | 26.0mm


재일 화려해 보이는 로열 박스석입니다. 다들 궁금한지 시간이 날 때마다 와서 기념사진도 찍고 한번씩 둘러보고 갑니다. 저도 2층에서 관람했다면 한번 가 보았을텐데 4층이라 차마 내려가지는 못했네요.



E-PL3 | 20.0mm





E-PL3 | 14.0mm





E-PL3 | 14.0mm


무대 정면입니다. 크고 붉은 커텐으로 가려져 있는데, 오페라가 시작하면 막이 열리겠지요. 좌석 위치가 아주 옆이 아니고 약간 뒤쪽이어서 무대가 비교적 잘 보였습니다. 4층이지만 위에서 내려다 보는 시선이기 때문에 무대 구석구석까지 잘 보이는 자리입니다.



E-PL3 | 14.0mm





E-PL3 | 14.0mm





E-PL3 | 14.0mm


극장 천장에도 커다란 그림이 그려 있습니다. 왕이 이 극장을 짓고 신께 바치는 듯한 장면이 그려져 있습니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보았던 커다란 샹들리에가 없어서 조금 안심이 되기도 했는데요, 이 극장에도 어떤 전설이나 비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PL3 | 42.0mm


천장에 커다랗게 왕가를 상징하는 문장이 붙어 있습니다.




E-PL3 | 42.0mm





E-PL3 | 14.0mm


오늘 본 공연은 주세페 베르디의 "리골레토" 입니다. 나폴리에서 직접 오페라를 보기 위해서 서울에서 두어번 정도 LD와 블루레이로 감상을 하고 왔던 터라 내용은 어느정도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직접 듣는 음악과 노래는 정말 좋았습니다. 울림과 잔향이 참 좋더군요. 다만 LD에서는 파바로티가 만토바 공작으로 나왔는데, 이날 산 카를로 극장에서 불렀던 가수는 그정도로 잘 부르는 분이 아니라서 조금 아쉽기도 했습니다. 대신에 질다로 나온 분은 제가 본 리골레토의 질다 중 제일 날씬하고 예뻤습니다. 보통 가수 분들은 성량 때문에 풍채가 있는 편인데, 이날 질다역을 맡은 분은 정말 호리호리하시더군요. 


사진은 공연이 모두 끝나고 마지막 인사를 하기 시작한 순간입니다. 무대가 약간 현대식으로 되었는데, 나름 볼만했습니다.


비용 면에서나 컨디션 면에서나 일정 면에서 조금 무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오페라 극장에서 직접 공연을 보기로 한 것은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맛집과 유적지를 보는 것도 좋지만, 그 나라에서 즐길만한 문화를 체험하는 것도 여행의 큰 재미이니 말입니다.


오페라를 보기로 생각했을 때에 로마에서 볼지 아니면 오페라 축제로 유명한 베로나로 갈지 고민을 좀 했었는데,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아말피 해안과 카프리섬 근처에 있는 나폴리에서 오페라극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참 기뻤습니다. 게다가 나폴리의 산 카를로 극장은 역사도 오래되고 규모도 있는 꽤 훌륭한 곳이었습니다. 치안이 좋지 않다거나 지저분하다는 이야기 때문에 크게 걱정했던 나폴리 일정이 이 극장 하나만으로도 만족으로 바뀌었으니 말입니다.




E-PL3 | 14.0mm


공연을 모두 보고 난 후 천천히 극장을 나왔습니다. 극장에서 나온 수 많은 사람들이 택시를 잡아 타거나 차를 타고 가느라 거리가 좀 혼잡하더군요. 만약 숙소가 멀리 있다면 택시를 타고 가기 조금 어려울 수 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나폴리 시내가 익숙하다면 버스를 타고 가거나 걸어가도 될 것 같은데, 저는 아직도 조금 검이 나더라구요. 다행히 제가 잡은 호텔은 바로 가까이 있어서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걸어서 호텔로 가는 도중 카스텔 누오보를 지나칠 수 있었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는 카스텔 누오보의 야경이네요.


이제 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서울로 돌아가는 마지막 일정만 남았습니다. 다음 글에서 만나요 ~


2014/12/26 - [여행기목차] - 2013 로마와 이탈리아 남부여행기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유럽 이탈리아 | 나폴리
도움말 Daum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