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on EOS 20D | 35.0mm


오늘 LP 및 아날로그에 대한 예찬을 하면서 CD, MP3 등의 디지털 음원에 대해 혹평을 하고 있는 책을 읽었습니다. 아직 다 읽진 못했고 속독으로 2/5 정도 읽은 것 같습니다.


읽다 보니 글쓴이가 주장하고자 하는 아날로그나 LP의 좋은 점에는 수긍이 갔지만, 디지털 음원 매체에 대해 비난하는 부분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습니다. 좋지 않다거나 해가 된다고 지적하는 정도에 비해서 그 근거가 많이 부족하게 느껴졌었거든요. 좀더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근거들을 제시했다면 좋은 책이 될 수 있었을텐데 좀 아쉬웠습니다.


제 생각에도 CD 포맷은 충분히 섬세하게 설계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CD를 개발할 당시 집적할 수 있었던 정보량과 담아야 할 음악의 길이 (약 60분 정도) 사이에서 타협한 것이지, 최고의 음질을 보장하기 위해 선택된 포맷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화면의 경우도 SD에서 Full HD 및 HD 그리고 UHD (4K 이상이겠죠?) 로 발전한 것 처럼 음악 재생 포맷도 44kHz / 16 bit 에서 192 kHz/24 bit 이상으로 발전할 것 입니다. 점차 좀 더 자연스럽고 원음에 가까운 포맷으로 발전해 나가겠죠. 경제성과 기술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이겠지만요.


오늘 읽은 책에서 가장 안타깝게 생각한 부분은 디지털 데이터로 된 음원은 가짜 음악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디지털 음원 데이터가 가짜인 이유는 실체가 없기 때이고 공허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주장을 듣고 저는 무엇이 음악의 실체/본질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과연 무엇이 음원/음악의 실체일까요? 파전 같이 생긴 검은 플라스틱 판이 음악의 실체일까요? 아니면 손바닥 만하고 무지개 빛깔이 나는 원반이 음악의 실체일까요? 음반 형태가 없다고 해서 MP3 파일이나 FLAC 파일이 실체가 없는 음악이라고 하대 받아야 할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제 생각에는 음악의 내용 즉 데이터 측면이 좀 더 음악의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성악가의 음성 그 자체 혹은 연주자의 악기에서 나오는 음 그 자체가 음악의 순수 본질과 가깝겠죠. LP나 CD 등의 매체는 단지 그 것을 담기 위한 도구일 뿐이구요.


음반 자체를 중시하는 것은 저자가 밝히고자 한 생각 보다 종이로 된 책이란 물건을 더 중요시 하는 것과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신 보다 우상을 더 우선시하는 것과도 비교할 수 있을 것 같구요.


LP를 꺼내서 턴 테이블에 올려 놓고 음악을 듣는 과정은 분명 재미도 있고 의미가 있는 행위입니다. CD장에서 CD를 고르고 플레이어에 넣고 앰프를 키는 행위도 같은 맥락으로 음악 감상의 큰 부분이라고 생각하구요. 하지만 MP3를 듣는 행위가 눈에 보이지 않는 매체를 이용한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조금 편협한 생각일 것입니다.


녹음에서 재셍에 이르기까지 아날로그 기술로 이루어진 아날로그 음악 시스템도 분명 가치가 있고, 저도 LP에 조금씩 재미를 붙이려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두 부분의 장단점을 잘 알고 한계도 인식하여, 두 분야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습니다.